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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

시인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 대주당가(對酒當歌)의 번역에 대하여

서론

위 무제(魏武帝) 조조(曹操)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문장가로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후한말 찬란한 문학의 시대를 열리게한 장본인이라고 하며 특히 그 문학적인 성취는 시를 짓는데서 두드러졌다한다.


오죽하면 구글에 조조를 검색해봤을때 다음과 같이 나올 정도.




.... 물론 조조를 마냥 시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시가창작 이외의 업적들이 너무도 다양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조가 시가 창작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그가 남긴 시를 보면 확실히 알 수가 있겠다.


이 포스팅은 조조의 시가중 가장 유명한 것 가운데 하나인  단가행(短歌行), 다른 이름으로는 대주당가(對酒當歌)라고도 불리는 시에 대한 글이다.





본론



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唯有杜康.

靑靑子衿, 悠悠我心.

但爲君故, 沈吟至今.

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

明明如月, 何時可掇?

憂從中來, 不可斷絶.

越陌度阡, 枉用相存.

契闊談讌, 心念舊恩..

月明星稀, 鳥雀南飛.

繞樹三匝, 何枝可依?

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



우선 단가행의 본문이다. 


보다시피 두 수로 되어있는 한시이다.



이에대한 여러 번역본들을 찾아보았는데, 


개중에는 한자가 담고있는 1차적 의미들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전달하려는 번역이 있었으며,


시의 운율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의역과 생략을 사용한 번역도 있었고


뭐 이도저도 아닌듯한 번역까지, 정말 다양한 번역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아본 몇개의 번역본들 가운데 심지어 첫번째 문장인 '대주당가 인생기하'의 번역마저도 일치하는 곳이 없었다는 점은 


한시를 즐기는 데에 있어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 수 없겠다.




1.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세, 인생 그 얼마나 되리오!

마치 아침이슬같이 짧지만, 지나간 나날 고난이 적지 않았지.

분개하고 탄식하며 노래하여도 근심을 잊기는 쉽지 않으니.

어찌 근심을 잊을까? 오로지 술뿐일세.

푸르고 푸른 현인들의 옷깃은, 내 마음에 아련히 남아 있네.

오로지 그대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나직하게 노래하네.

우우하며 울부짖는 사슴들이 들판의 풀을 먹고 있구나.

나에게는 훌륭한 손님이 있어, 슬(瑟)을 타고 생황(笙篁)을 부노니.

밝은 달 같은 그대들을 어느 때에 만날 수 있을까?

가슴에 일어나는 근심을 끊을 수가 없구나.

남북의 밭두렁 길 건너 몸을 굽혀 안부를 물으려하네.

인연이 닿아 잔치하며 담소하면, 마음속에 옛 은덕이 떠오를 것일세.

달이 밝아 별빛이 흐릿한데, 까막까치는 남쪽 향해 날아가누나.

나무를 빙빙 돌지만,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으랴?

산은 높은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바다는 깊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니.

주공은 먹은 것을 토해내며, 천하의 마음을 얻었네.



이건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이라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80360&cid=41773&categoryId=50388


위의 글에 있던 번역이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볼 수 있을만한 외국어대학교 교수님들이 직접 하신 번역이기에 번역의 퀄리티가 아무래도 남다르다.


이분들의 번역을 내가 감히 평가한다는게 어찌보면 웃기지도 않는일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들을 한가지 꼽자면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최대한 한글로 옮겨적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그로인해 나온 결과물이 '시'의 번역물이라고 보기에는 영 별로인 물건이라는 점이다.


가르치는 학생들한테 한자공부 시켜줄때나 쓸만한 번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시라는것에 정해진 규칙이라는게 어딨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단가행은 엄연히 규칙과 운율이 있는 한시다. 이 운율에 대해서는 밑에서 추가로 언급한다.





2.

그래서 들었던 생각은, 단가행의 번역문을 한글로 읊는 장면에서는 과연 어떻게 축약하고 리듬을 맞추었을지였다.


이를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삼국지 드라마의 kbs 더빙판에서 어떻게 번역을 했을지를 보는것이라고 생각했다.




https://youtu.be/9FGzLvdJHVg?t=14m54s


위의 영상에서 대략 15분 00초쯤부터 조조가 비장한 표정으로 단가행을 읊는다.


이 번역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술을 두고 노래하리

인생이란 무엇이던가

인생이란 아침이슬

지난날에 많은고통


슬퍼하고 탄식해도

근심은 잊지 못하네

무엇으로 풀것인가

오로지 두강주뿐


푸른 옷깃의 그대

내 마음 알 길 없네

오직 그대들 있음에 

깊은 시름에 잠겻노라


사슴들이 슬피울어

햇쑥을 뜯자하니

귀한객이 찾아오면

금피리로 반기니


그대처럼 밝은달

언제딸수 있을까

마음속 이 근심을 

끊을 수는 없어라


논둑밭둑 누비며 

헛된삶을 살았으나

속터놓고 회포푸니

옛정을 그리워하네


달밝고 별드문데

까막까치 남쪽가네

나무위를 맴돌다가

앉을가지 어디던가


산높기를 마다않고

바다깊이 안꺼리니

주공처럼 인재맞으면

민심은 돌아오리라



kbs쯤되는곳에서 한 번역이니 그 퀄리티는 위의 교수님들 번역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한글로 옮겨적는 방향의 번역보다는, 


읊는 장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에 운율을 위한 의역과 축약을 많이 했다는 점이 눈에띈다.


의역을 했지만 오역은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훌륭한 번역이라 생각된다.



'시'로서 단가행의 번역으로는 kbs 더빙버젼이 내가 찾아본 번역중에선 최고였다.





3.

kbs 더빙버젼 옆에보니 자막버젼 삼국지가 있길래, 여기에 자막을 단 사람은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해서 한번 옮겨적어보았다.


https://youtu.be/BP2pbtqKNj8?t=14m56s


링크는 여기.


술과 풍악에 취하니

인생이 얼마나 되려나


아침 이슬처럼 지난날이 덧없구나


풍류에 빠져도 마음은 무겁네

어찌하면 좋을까? 한 잔 술뿐이리


지난날 벗이 그리우나

군주를 위해 아픔을 참노라


사슴은 울면서 풀을 뜯 듯

귀한 손님에게 풍악을 울리리


밝디 밝은 달처럼 언제나 떠받드나

그 와중에 걱정은 끊이지 않네


산 넘고 강 건넌 것이 헛된 짓이려나

허심탄회한 자리에 옛정을 생각하네


달빛에 별빛이 가려져 오작이 날아올라

나무 주위를 맴도나 앉을 가지가 없구나


산도 바다도 좋으나

주공이 내치니 천하 민심이 돌아오네




이 자막 제작자는 상당한 부분을 의역했다.


마지막줄과 마지막에서 두번째줄처럼 원문과는 전혀 다른뜻인 부분도 보인다.


단가행의 번역이라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4.

다음은 영화 '적벽대전'의 자막이다.





술 앞에선 노래로다

인생살이 얼마던가

아침 이슬 사라짐과 같을진데

잃어버린 나날 많고 많다


노랫소리 드높으나

무거운 마음 가득함에

어찌 떨쳐낼까 허니

오직 술 뿐이로다


푸른 옷깃의 학자들이여

이 내마음 속 맴도누나

그대들로 인하여

낮은 음성으로 노래 한다


사슴 무리 슬피 울며

들에서 풀을 뜯는구나

귀한 손이 찾아오면

거문고와 피리로 반기리


밝디 밝은 저 달이여

언제쯤 그 빛을 거둘까

그 빛과 함께 오는 시름

막을 길이 없구나


달이 밝아 별이 숨으니

까막 까치 남으로 난다

나무를 세 번 돌아봐도

의지할 가지 하나 없다


산은 높음을 마다 않고

물은 깊음을 싫다 않는데

주공은 음식도 뒤로 한 채

천하를 품는다.



특이하게도 한글로 읊을때의 운율을 상당히 생각한듯한 번역이다.


다만 운율을 생각한 정도가 kbs더빙판에 못미치는듯하며 


의미의 번역은 외대교수 버젼에 못미치는듯 하는


여러모로 아쉬운 번역이다.



5.


단가행의 영상을 찾던중, 우연히 유튜브 댓글을 보다가 찾은 번역도 있다.



对酒当歌 人生几何(Dui jiu dang ge, Ren sheng ji he)

좋은 술에는 응당 노래로 마주해야 하리, 인생은 매우 짧고 세월은 쏜살 같구나.

譬如朝露 去日苦多(Pi ru zhao lu, Qu ri ku duo)

새벽 이슬과 같이, 괴로워 하며 보낸 날들이 너무나 많구나.

慨当以慷 忧思难忘(Kai dang yi kang, You si nan wang)

기개를 드높이고 격양되어 보아도, 지난 날의 근심을 잊을 길이 없네,

何以解忧 唯有杜康(He yi jie you, Wei you du kang)

무엇에 기대 시름을 떨쳐버릴까? 오직 술(두강주)뿐이로다

青青子衿 悠悠我心(Qing qing zi jin, You you wo xin)

재능과 식견이 있는 사람들아, 깊히 그리워 하노니,

但为君故 沈吟至今(Dan wei jun gu, Chen yin zhi jin)

오직 그대라는 이유로, 그리워하며 오늘에 이르렀네.

呦呦鹿鸣 食野之苹(You you lu ming, Shi ye zhi ping)

사슴들은 쑥을 찾아, 서로를 부르며 우는데,

我有嘉宾 鼓瑟吹笙(Wo you jia bin, Gu se chui sheng)

나에게 만약 귀한 손님이 온다면, 반드시 비파를 치고 저를 불어 반기리.

明明如月 何时可掇(Ming ming ru yue, He shi he duo)

저 휘영청 밝은 달, 언제서야 딸 수 있을까.

忧从中来 不可断绝(You cong zhong lai, bu ke duan jue)

이로 인한 금심, 끊이지가 않는구나

月明星稀 乌鹊南飞(Yue ming xing xi, Wu que nan fei)

달빛은 이리 밝고 별빛 드문드문한데, 한 마리 까마귀 남쪽으로 날아가네.

绕树三匝 何枝可依(Rao shu san za, He zhi ke yi)

나무를 세번 날아서 돌아보아도, 머물 곳 찾지를 못하네.

山不厌高 水不厌深(Shan bu yan gao, Shui bu ye shen)

산은 자신의 웅위함에 만족할 수 없고, 바다는 자신의 깊음에 만족할 수 없으니,

周公吐哺 天下归心(Zhou gong tu bu, Tian xia gui xin)

주공과 같이 인재를 귀히 여긴하면, 천하 인심이 나에게 향하리.




이 번역도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 그대로 가져오려는 의도가 돋보이는 번역문이다.


특히 마지막줄의 번역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만큼은 위의 외대교수처럼 직역을 하는것이 아니라 이와같이 뜻을 전달하는 번역, 의역을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율을 생각하지 않고 의미를 번역하는 것으로는 이 번역이 내가 찾아본 번역중에는 최고였다.





결론


내가 많이 알아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 갯수의 번역문을 찾아보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


아무래도 번역문으로 읽는 것 보다는 원문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한시를 즐기는 진정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자막버젼에서의 웅대한 기개를 아무래도 번역된 문장으로는 느끼기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