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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건강

식초는 노벨상을 받은 적이 없다 - 공영방송의 거짓말

식초의 놀라운 효능에 대해 알려준다는 취지의 글이나 홍보자료, 심지어 언론과 방송매체에서조차 식초가 세번이나 노벨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퍼트리고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과학자도 식초의 효능을 입증해서 노벨상을 받은적이 없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적도 없다.


물론 식초의 섭취가 장기능 개선 및 신체 회복기능 향상같은 효과를 가졋다는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런 거짓된 권위에 호소하는 일이 잘못된 것임은 자명하다. 


식초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무려 '공영방송'의 '의학정보 프로그램'에서 처음 나온것이다. 대중들은 이정도 권위를 가진 매체가 하는 말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선동의 대가인 괴벨스는 이런말을했었다. "선동은 단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선동과 마찬가지로 거짓된 정보가 처음 대중들에게 전달된 후, 게다가 '공영방송'이라는 권위있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었다면 아마 그것을 뒤집는데에도 많은 문서와 증거가 필요할것이다.


식초가 노벨상을 탓다는게 생로병사의 비밀 2005년 11월 15일 방송에 처음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방송에서 말한 노벨생리의학상의 공적과 식초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건 프로그램 제작자의 생화학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겠다.


방송에서 언급된 내용중 해당부분은 다음과같다. 토씨하나까지 정확하게 옮겨적은건 아니므로 감안하고 보길바란다.





[1953년 구연산 회로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구연산같은 산 성분이 어떻게 에너지로 전환되는지를 밝혀냈다. 음료, 음식물을 통해 초산과 구연산이 풍부한 식초를 섭취하면 식초의 성분인 초산과 구연산 등은 혈관속 혈액을 타고 세포내로 들어간다. 세포내로 들어간 식초성분은 생체 에너지 생성장소인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이동하게 되는데이 안에서 초산과 구연산같은 성분은 다양한 산으로 변하면서 에너지대사에 필요한 다량의 생체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에너지를얻은 우리몸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그 과정에서 각 장기와 근육으로 신선한 산소가 공급된다.

이때의 산소는  근육내 쌓여있는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몸은 피로를 회복하게된다.

크레브스박사와 리프먼박사, 이들은 초산과 구연산같은 산성분이 변하면서 생체에너지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는데요 이 연구로 1953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차지했습니다.

1964년의 이들은 초산성분이 스트레스해소를 돕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생성한다는 연구를 했다.

이처럼 초산과 구연산같은 산성분은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데요

식초는 이러한 초산과 구연산이 풍부한 식품입니다.

식초의효능은 이렇게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입증이되었는데요]


얼핏보면 그럴싸해보일수도 있는 이 말이 왜 문제가 되는건지를 살펴보자.


우선 역대 노벨생리학,의학상의 수상자중 방송에서 언급된이들의 해당 업적을 보면

1953년 영국의 핸스 애돌프 크레브스박사의 업적은 '시트르산 회로', 즉 TCA사이클의 발견이고

프리츠 앨버트 리프먼박사의 업적은 조효소A의 발견이다.

1964년 미국의 콘라트 블로흐박사와 서독의 페오도어 리넨박사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산 대사 조절 메커니즘에 관한 업적으로, 자세하게는 아세틸-CoA와 지방산 대사의 연결점을 찾은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1953년 노벨상을 받은 크레브스,리프먼의 업적을 설명한 부분에서 구연산같은 산 성분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며 이것이 식초의 산성분과 연관있다는 식으로 설명을했는데, 실제로는 음료,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식초의 구연산은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TCA사이클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TCA사이클의 시작은 구연산을 생성하면서 시작되는거지 섭취된 구연산이 회로까지 가는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oxaloacetic acid과 acetyl CoA의 축합반응을 Citrate synthase가 촉매하여 6탄당인 구연산을 만들며 여기서 TCA회로가 시작되는것이다.)



1964년 블로흐와 리넨박사의 연구를 설명하는것에서도 활성 아세트산(acetyl coA)와 식초에 들어있는 아세트산(초산,acetic acid)을 구분하지 못했거나 자의적으로 이걸 같은거라고 해석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사료된다. 세상에나.


그들의 무지함과 이따위 내용을 자랑스레 방송에 내보내는 만용에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일단 해당 방송에 나온건 이렇게 두가지 사례이다. 뿌리부터 잘못된 정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익히 알려진 소문에 의하면  식초가 노벨상을 받은 횟수는 3번이다. 방송이후 노벨상 이야기가 살이 붙으면서 헛소문들이 추가된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세번째 노벨상, 인터넷 찌라시 언론등에서 언급되곤 하는 1945년 핀란드의 아르투리 비르타넨박사의 업적도 역시 식초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케이스다.


1945년 핀란드의 아르투리 일마르 비르타넨박사가 노벨상을 탄 이유는 식초때문이 아니라 농업화학과 영양화학에 대한 연구, 특히 가축사료의 부패를 방지하는 실용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궂이 '산'과 엮어볼려면 해당년도의 노벨화학상 시상연설의 자료를 들수는 있겠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66088&categoryId=42570&cid=42567

해당 링크의 [신선한 목초에 유기산 또는 무기산을 첨가하면 ~질병에 대한 저항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분.



사료를 보존하기 위해 황산을 첨가한 염산을 사용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먹는 그 식초와는 영 관련이 없다.

찌라시기사들 보면 오기자로 초산이 어쩌고 하는말들을 써놧는데 이거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애초에 오기자로 초산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질 않기 때문이다. 그냥 도시전설에 불과한 말.



서두에 언급했듯이 식초는 분명 훌륭한 식품이다. 나도 식초를 매일같이 먹는것을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곤 한다. 식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이런 조사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과 관련한 근거없는 주장들이 판을치는것은 옳지않다. 실제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했지만, 적어도 이경우에는 식초라는 좋은식품에 거짓정보였으니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은것이다. 만약 이것이 실제로는 몸에 나쁘게 작용하는 식품에대해 저런 거짓정보를 뿌리는 방송이 나온거였다면 상상만해도 정말 끔찍하다. 방송매체는 나쁜식품도 좋은것처럼 보이게 만들 힘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과학적인 내용처럼 보이는' 정보들에 회의감을 느끼게되었다. 늘 그런다면 피곤하겠지만 떄때로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된다.





자료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85%B8%EB%B2%A8_%EC%83%9D%EB%A6%AC%ED%95%99%C2%B7%EC%9D%98%ED%95%99%EC%83%81

https://ko.wikipedia.org/wiki/%EB%85%B8%EB%B2%A8_%ED%99%94%ED%95%99%EC%83%81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7170210167665000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45540&cid=42567&categoryId=42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