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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

제주도 협재해수욕장에서 만난 맛집과 악덕상인들 이야기

7월초 제주도여행에서 다녀왔던 총 3곳의 해변중 마지막은 협재해수욕장이었다.





주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관광지도 몇군데 있기도 하고 해수욕장이란게 기본적으로 돈내고 들어가는 곳도 아니기도 하니,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금능해수욕장과 이곳 협재해수욕장중 고민하다가 금능보다는 협재가 여행 팜플렛에 많이 나와있고 해서 협재해수욕장을 가기로했다.


결론을 미리 땡겨서 잠시 이야기하자면, 다시 선택할 기회가 온다면 금능을 갔을것같다는 점이다. 단, 점심은 협재에서 먹고 금능으로 출발하는 노선이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협재에서 만난 맛집 하나를 소개하려한다. 이번 6일간의 제주도여행에서 가장 괜찮았던 식당이었던 곳이다.








협재해변 정거장에서 내린 후, 어느 음식점을 찾아가야하나 고민하며 걷고있었다.


헌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도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핫스팟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점심장사를 안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표지판을 세워둔 식당들이 대부분이었다. 


덥고 배고프고 짜증이 밀려오는상황에서 저 멀리 갈치조림을 파는 식당이 눈에띄었다. 이번 여행에서 갈치조림을 안먹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더이상의 고민은 접어두고 바로 들어갔다.





우리 일행은 아무래도 여름이고 하니, 회보다는 굽고 지지는 음식이 더 좋을듯 해서 저 간판 위에 써있는 C코스를 주문했다.


1인 15000원에 해물향이 좀 나는 죽+ 고등어구이 + 해물탕 + 갈치조림 이 나오는 구성이었다.



보통 이런 관광지 바로 코앞에 있는 음식점들은 프리미엄이 있는대로 붙어서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고 맛은 개차반인 경우가 많은데, 여긴 다행히 그런 개판치는 음식점이 아니었다. 


관광지 디버프를 예상하고 기대치 0으로 첫 요리인 죽을 먹어봤다. 맛이 썩 훌륭했다. 


아쉽게도 애초에 맛집이라고 기대를 안했기때문에 죽을 다 먹고나서야 사진을 찍어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나온건 해물뚝배기였다. 바다내음이 진하게 배어있는 국물이 일품이었다. 여기부터 뭔가 음식점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 고등어구이가 나왔는데, 적어도 30cm는 넘는 엄청 큰 고등어가 자태를 뽐내며 식탁에 올랐다.


협재를 오기 전날 점심에 먹었던 1임 만오천원짜리 오분자기 돌솥의 창렬함과 비교해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이정도로 잘나왔는데, 과연 갈치조림은 어느정도 수준일려나 하고 슬슬 기대치가 높아졌다.







한사람 앞에 대략 성인남자 손바닥정도 사이즈의 갈치와 무 한덩어리가 나오는데, 저 갈치가 알이 꽉꽉들어찬게 아주그냥 맛이 일품이었다.


하도 맛있어서 저 소스에다가 밥까지 추가해서 한공기 더비벼먹었을정도였다. 요 갈치조림의 맛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무튼 이 끝내주는 맛집을 뒤로하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짐을 보관할 자동차 트렁크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들이라 짐을 맡겨둘 장소가 필요했는데, 지금까지 갔던 해변가들, 그러니까 삼양 검은모래 해변과 김녕해수욕장에서는 모두 샤워장비 2000원을 내면 해당 샤워장의 캐비넷을 사용할 수 있어서 짐걱정이 없었는데 


이곳 협재해수욕장의 분위기는 앞의 두곳과는 사뭇 달랐다.





협재해수욕장 앞에 입점한 상가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샤워장들이 모두 '온수샤워'를 써둔것을 볼 수 있다. 삼양과 김녕에서 찬물샤워했던게 별로 좋은기억은 아니었기때문에 온수샤워장이 구비되있다는것 자체는 맘에들었다만


아무래도 온수라는 프리미엄이 붙다보니 가격이 3000원으로 뛰어있었다. 따듯한물이 땅파서 나오는것도 아니니까 이것까지는 이해를 하겠다.




문제는 여기서는 샤워장 사용료에 더해서 캐비넷 사용료를 따로 받는다는 점이다. 천원 이천원도 아니고 캐비넷 하나당 무려 5000원을 받아먹는다.


정말 끔찍한건 이 5000원씩이나 하는 캐비넷가격이 이 해변가 상인들의 담합가격이라는 점이다. 맨 처음 물어봤던 CU샤워장에서 5000원을 부르길래 어이가없어서 그곳을 떠나 3군데, 4군데를 물어보았지만 모두 샤워3000원에 캐비넷 5000원이었다. 


부글부글거리긴 했지만 일단 그돈을내고 옷을 갈아입으려했는데... 진짜 문제는 이것들이 돈은 몇배로 받아쳐먹고 돈값조차 못한다는 점이었다.


(부디.. 이 글을 읽는사람이라면 적어도 협재해변 CU의 샤워장만큼은 쓰지말길바랍니다...)


삼양해변과 김녕해변은 당연히 샤워장 옆의 캐비넷에 옷갈아입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있었는데 여기는 그냥 샤워장 내부로 들어가서 갈아입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옆사람이 샤워하면서 튀기는 물이 그대로 내 옷갈아입는데 튀는 구조였다.


심지어 샤워장이 큰것도 아니고, 가로5m, 세로4m가량의 좁아터진 샤워장에서 옷갈아입기+샤워하기를 같이해야되는 쓰레기같은 구조였다.


우리 일행을 포함하여 그 샤워장을 사용하러 들어온 다른 불쌍한이들도 이 광경을 목도하며 어이가없어하는 표정을 짓던것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심지어 '온수'샤워임에도 불구하고 온수도 제대로 안나온다. 아예 뜨거운물이랑 그냥 차가운물밖에 안나온다. 심지어 한번에 3명이 동시에 물을틀면 한쪽은 그마저도 안나온다.




이 악덕상인의 양아치짓은 여기서 끝이아니었다. 샤워장 바로옆에 변기 하나만 딱 있는 초소형 화장실이 있었는데, 여기에 휴지가 없길래 cu 사장한테 왜 휴지조차 없냐니까 하는말이 


'휴지도 따로 사셔야죠^^'


정말 가지가지하는 인간이었다. 제주도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상인 가운데 가장 악질이고 악덕이었던건 바로 이 협재해수욕장의 CU사장이었다. 




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던건, 해수욕을 마치고 버스를타러 걸어가는길에 호객행위를 하는 아저씨의 말이었다.


"온수샤워 3000원~ 물품보관 무료로해드려요~"


CU상인을 위시로하는 담합이 협재해변을 완전히 뒤덮은게 아니었다는걸 깨닫고나니 억울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가뜩이나 협재해변 사람도 더럽게많아서 물에 들어가면 사람에 치여서 여유롭게 해수욕하기도 힘들고


구조요원들은 하반신이 잠기는 깊이만 가도 호루라기불면서 제제하는 X같은 해변이었다. 


첫날 갔던 삼양 검은모래해변의 '사람없음, 창렬한것도 없음, 물은 깊음, 미역도 없음,스노클링하면 물고기가 보임, 구조요원들이 빡세게 안함' 과 비교하면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사람은 끔찍하게많고, 물은 물대로 더럽고, 구조요원들은 별걸다 제제하고있고, 상인들은 어떻게든 관광객 벗겨먹을려고 눈에 불을켜고있고...



두번다시 이 엿같은 해변을 오고싶지가 않아졌다. 부디 협재에 해수욕하러는 가지 말길바란다. 


다만 저 식당에 점심먹으러 가는거라면 말리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