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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

가뭄으로 바싹 말라버린 안양 삼막사 계곡

수도권에도 가볼만한 계곡이 꽤 있다는 말을 듣고 서울과 그 근교의 계곡들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어딜갈지 물색해봤다. 경기도 남쪽의 계곡으로는 용인 고기리계곡, 안양 삼막사 계곡, 과천 향교계곡 정도가 적당해보였다.


셋다 물깊이는 그닥 안깊으며 교통편 등 여타 조건들이 비슷해보여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있는 삼막사계곡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경인교대 바로 옆에있는데, 버스를타고 경인교대 정문인지 후문인지 하여간 마지막 정거장인 경인교대 입구에서 내린후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계곡이었다. 버스도 금방금방 오는편이라서 차없이도 꽤 편하게 갈만한 수준이었다.




아는길도 물어서 가라고, 버스에서 내린 후 입구의 경비아저씨한테 


"삼막사계곡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라고 물어보자


"저쪽으로 가면 있긴한데, 거기 아무것도 없어"


라는 답을 들었을때까지만 해도, '성인남자들이 놀기에는 얕은 계곡이라는 뜻이겠구나' 싶었다. 당장 내가 여길 가기 2~3일전에 올라온 사진들을 봤을때도 거의 무릎깊이 정도까지밖에 안오는 계곡이었기에 당연히 물이 얕아서 저러시는구나 싶었으나...


아무리 올라가도 물이 흘렀던 흔적정도만 남아있을뿐 내가 생각했던 계곡의 모습은 전혀 없었다. 도착했던 시간이 대략 11시무렵이었는데 주차장도 텅 비어있고 그나마 왔던사람들도 도로 내려가는 모습들만 보였다.




분명 '물놀이시 안전사고 주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음푹 패여있는 v자모양의 계곡지형인걸로 봐서는 얼마전까지만해도 물이 흐르던 곳이라는걸 알 수 있었으나 적어도 내가 갔던 시점에서는 바싹 말라있을 뿐이었다.



도로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길. 배달 전단지들이 흩뿌려져있다. 



물이 흘렀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들이 쌓여있었다. 저 앞으로 물이 흘렀던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를 버리고가면 몇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현수막의 문구가 무색하게도 계곡을 가득 메운건 물이 아니라 쓰레기였다.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린건 어찌할 수 없는것이니 그렇다고 치는데, 이 계곡에서 장사하는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도 있을텐데 계곡을 쓰레기장이 되도록 방치해두는건 아니지싶다.



상류로 올라가다보니 물이 조금 보인다.



무릎까지는 잠기는걸 기대하고 왔었는데, 발등도 적시기 힘들어보인다.



여기 다녀왔다는 후기글들을 보면 가재도잡고 개구리도잡곤 했다던데 이상황이면 다 죽었겠다. 폭염+가뭄으로 물고기들도 집단폐사하는마당이니.


여기는 복숭아뼈정도 깊이는 된다.



여기는 물이 고여있는 위치였는데 사실상 가장 물이 깊은 위치였다. 다만 고인물인지라 물에 녹조가 끼고 바위는 이끼가끼어있어서 도저히 놀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미끈거리는 물이 고여서 햇볕에 데워지기까지했으니..



그래도 계곡에 온 기분이라도 낼려고 여기다가 발이나 담그고 맥주라도 한캔씩 마실려던차에, 먼저 자리잡고계시던 아저씨 한분이 자기 가족들이랑 놀려고 먼저 자리잡아두셨다길래 그냥 자리를 비켜드리긴 했는데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를 데리고 놀러온 계곡이 이런모습이라 많이 실망한것같아보이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물 상태가 이런데 애들이 놀아도 되겟냐니까, 그렇지않아도 고민중이라하셨다. 이런 감정은 나와 그 아저씨만이 아니라 이날 삼막사 계곡을 놀러온 사람들 모두가 느낀 감정이겠지. 


허탈한 마음을 가다듬고 버스정거장으로 내려가는길,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7~8명정도가 손에는 물총을 들고 들뜬듯한 표정으로 계곡을향해 걸어가던 모습은 괜시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비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내린다면 상황이 조금은 괜찮아지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삼막사 계곡을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글을 읽고 생각을 다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