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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

5월 제주도 올레길 2코스를 다녀온 이야기

시작지점인 광치기해변부터 대략 5~10분정도까지는 괜찮다. 2코스가 최근 우회길이 생기는 변경사항이 조금 있던 것으로 아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시작하고 대략 5분쯤 지나면 하수종말처리장이 나온다. 원래대로였다면 내수면둑방길부터 시작해서 작은 산까지 돌고오는 길이 시작이었을텐데 그 경치구경하는 부분이 스킵되버린게 못내 아쉽다.

현명한 사람이였다면 우회길에서 처음 보는 시설물이 하수종말처리장이라는 사실을 마주한 시점에서 빠르게 계획수정을 하고 택시든 버스든 타고 다른코스를 바로 갓을텐데, 난 그러지 못했다. 2코스를 전부 돌고말았다.

 

중간 스탬프확인지점인 홍마트 성산점까지 가는길은 현시점에서는 위에서 말한 최초경로 스킵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어떤 자연풍경. 그러니까 바다나 산같은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그냥 민가뿐인 길이다. 그마저도 제주도 고유의 건축양식이 아닌 일반적인 도시의 민가처럼 지어진 건물들의 비중이 꽤나 컸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대체 왜 이런 전반부가 올레길 2코스라는 이름을 하고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갔다.

그 후인 고성리 경로당까지 가는길. 마찬가지로 별 것 없었다. 민가 좀 있는게 전부였다. 이런걸 구경하는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2코스 가는것을 굳이 말리진 않겠다.

고성리 경로당을 지난 다음부터는 대수산봉이라는 지형이 나온다. 지도상에서는 이 산봉우리가 130m정도밖에 안되서, 금방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는 가벼운 코스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130m치고는 올라가는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다. 짐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길이 험하고 좁고 경사가 높아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올라가는 길이 녹록치많은 않다.

산길 올라가는 내내 폭 50cm정도의 오솔길이었는데 양 옆으로 나무들이 워낙 빼곡하여서 가시거리가 거의 제로였기 때문에 딱히 등반길에 풍경이 뛰어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만약 비까지왔으면 난리났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대수산봉으로 올라가고 나면 그래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여행객을 반겨주는건지, 우도~성산일출봉~섭지코지까지 쭈욱 펼쳐진 제주도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뷰 하나가 개인적 평가로는 현 2코스에서 몇안되는 자연풍경이었던 것 같다. 이걸 제외하곤 정말 별것 없었다. 

대수산봉을 뒤로하고 내려오고나면, 올레길 패스포트상에서는 그렇게 길어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막상 와보면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는 길이 나온다. 그중에도 대수산봉~혼인지까지의 코스가 더더욱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밭두렁이 쭈우욱 펼쳐져있는 진짜 시골길만 나오기 때문인것도 있다.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를 들자면, 500ml 물한병을 다마실동안 물뜰곳을 한군데도 못찾았다는 점 정도가 있다.

밭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인적도 드문데다 힘들면 쉬어갈곳도 마땅치가 않은 곳이다. 가끔 그늘이 하나씩 나오긴 하는데, 그렇다고해서 누워있을 수는 없다. 가끔 차가 한대씩 지나다니긴 하기 때문이다. 힘들어서 그늘을 찾자마자 드러 누워있다가 하마터면 차에 깔릴뻔한 기억이 난다.

이코스의 끔찍한 점은 사실 여기부터다. 비교대상이 당장은 1코스라 이야기를 해보자면, 1코스의경우 힘들다싶으면 중간에 얼마든 쉬어갈 수 있는 장소들이 마련되어있다. 좀 지친다 싶으면 어디 들어가서 커피라도 시켜놓고 앉아있거나 게스트하우스로 체크인도 할 수가 있도록 올레꾼 친화적으로 쉬는 여건이 잘 마련되어있는데, 2코스는 코스의 디자인이 조금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대수산봉부터 혼인지까지, 이곳은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당시 내 느낌은 출구없는 감옥정도였다. 쉬려해도 그늘한점 없는데 밭길에서 힘들때 중도포기도 불가능한데다가 식당 카페 숙소 그 무엇도 이 구간에는 없다. 

1코스같은 경우에는 시작지점부분에 비교적 어려운 코스가 몰려있고, 그 뒤로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코스들이어서 체력안배 난이도가 쉬운편인데,

2코스같은경우는 초반은 별 내용자체가 없다가 중반부는 난이도가 높으며, 정작 후반부에는 휴식이 어려운 구조라서 체력안배가 어렵다. 빡센 걸 한 다음에 조금 쉬어주는 타이밍이라도 있어야되는데, 쉴 수 있는게 없다. 아무튼 디자인이 좀 잘못된 느낌이다. 2코스를 역방향으로 간다면 다소 해결될 수 있을 문제들이긴 하므로 혹시 2코스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역방향으로 가는것도 고려해보기 바란다.

이렇게 가다보면 혼인지란 곳이 나오는데, 난 여길 도착할 무렵 너무 힘든상황이었어서 아쉽게도 이곳을 관람한 후기는  없다... 

 

그런데 이런생각을 하는게 나뿐만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장면들이 좀 있었다. 원래대로면 2코스가 혼인지를 쭉 둘러보다가 나가야하는데, 중간에 공사현장으로 막혀서 혼인지를 다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녔다. 그런데 딱히 그런 내용이 고지가 안되어있을 뿐더러 리본의 방향조차 공사판을 향해있었다.

다니는 사람이 하도 없으니 이래두는건가 싶은 느낌이었다.

 

혼인지를 지날쯔음이면 다시금 식당, 게스트하우스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야 숨통을 터주는 셈이다.

이 보람식당이라는 곳은 리뷰들을 찾아봤을때 괜찮은 맛집이라해서 내심 기대를하고 가봤는데 하필 쉬는날이라 맛보진 못했다. 다음에 혹시 이곳을 들릴일이 있다면 꼭 가볼생각이다.

보람식당이 닫혀있어서 주변의 다른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간 모드니네식당. 대체 뭔일인건지 여기도 닫혀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몹시 주관적으로 2코스에 좋은기억이 차마 있을수가 없었던것같다. 만보계로 대략 3만걸음이 찍힌 시점이었는데, 슬슬 다리가 안움직일때였다.

식당을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빅따봉의 모습.

난 공항이 들어오면 무조건 반가워할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주민분들 입장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2공항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이건... 3대 해녀의집 이라는 식당이었다. 되도록 2코스 내부에서 식당을 찾아보려했으나 찾아간 세군데가 마침 문이 닫혀있어서 멘탈이 찢길대로 찢긴시점에서 지친몸을 이끌고 간신히 도착한 곳이었다.

해물라면이 너무 먹고싶어서 찾아갔는데 1인분은 안된다고 써있어서 울뻔했다. 다행이도 인심좋은 사장님이 혼자왔으니까 해준다면서 1인분 라면을 해주셨는데... 양이 보다시피 장난아니다. 문어가 한마리 통으로 들어가고 게, 홍합, 딱새우 등등 별게 다들어잇는데 1인분 만원이었다. 

맛은 자극적인 라면의 맛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맛이다. 은은한 바다내음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었다.

 

숙박은 2코스 끄트머리쯤에 있는 달휴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에서 묵었다.

주변에 파티하는 게스트하우스들도 있었는데, 후기 별점을 조작해놓은것들 거르고 보았을때 기준으로 전반적 평이 별로 안좋았기도 하고, 이날따라 특히 좀 피곤하기도 해서 조용한 이곳에서 쉬었다.

가격은 3만원이지만 독립객실이며 꽤 맛있는 아침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라 절대 비싼가격은 아니었다. 올레길 2코스는 모르겠다만... 이곳만큼은 다음에 또 들리고싶은 숙소였다. 

 

요약을 해보자면...

1. 2코스는 시작부분에서 우회코스로 가야한다는 점에서 초반부 경치를 포기한 코스다.

2. 정방향 기준으로 체력안배가 어렵다.

3. 동해안 경치를 보기에 제격인 대수산봉이 있다.

4.  끝까지 오면 괜찮은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