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조금 넘게 달려오면 바로 1코스의 시작점으로 올 수 있다. 올레길이면 그간 당연하게도 해안도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1코스의 시작은 산악지형인 말미오름과 알오름이었다.
시작점부터 보통난이도가 아니란것을 느낄 수 있다.
올레라는 이름이 주는 묘한 가벼운 느낌 때문에 길을 쉽게 생각을 했었는데
시흥초등학교 다음부터 나오는 안내소부터 몇백미터 떨어지지 않은 말미오름을 오르는 시작점에서부터
경사에 한번 놀라고 왜 긴팔을 입으라고들 하는 것인지를 깨닫게되고, 이 길은 사람이 계속 걸어주지 않으면 흔적이 사라질만한 길이다 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말미오름. 알오름. 분명 패스포트에 나온 지도상으로는 얼마 안되어보이는 거리인데, 막상 가보면 시간이 꽤 오래걸린다. 오르막길이라 더 그런걸수도 있다.
본인이 들고온 가방의 무게를 잘못 설정했다 싶은 사람들은, 이 시점부터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닫는다.
화살표가 두가지 방향으로 나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1코스기준으로 파란색이 정방향, 주황색이 역방향이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내가 갈때는 역방향으로 오는 사람이 좀더 많았었다.
1코스는 유구한 역사가 있는 길이라 그런건지, 그렇게 생각을해서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새소리, 풀잎부딪히는소리, 이꽃 저꽃을 옮겨다니는 분주한 벌떼들의 소리, 나비들의 날갯짓 소리,.. 고라니 소리까지!
자연의 협주곡, 제주의 하늘과 바람과 땅이 연주하는 심포니를 듣고있노라면... 마음이 치유된다는게 이런 뜻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된다.
올레길 1코스를 걷다보면, 그러니까 첫번째로 걷기 시작하는 올레길을 걷다보면 리본이 과연 어느정도 간격으로 떨어져있는지를 괜시레 세어보게된다. 100걸음정도마다 하나씩 있는게 아닐까 하고는 한번 걸음수로 재보았는데, 걸음은 아니었다. 어떤건 80, 어떤건 20걸음, 어떤건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있곤 했다. 무슨 기준으로 달아놓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코너를 돌거나 할때마다 하나씩 딱딱 나와주면 좋을텐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리본으로 표시를 한다는 자체로 멋진 일이다. 경관을 해치지도 않으면서 자연속에 은근히 녹아있는... 좀 장난치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대충 묶은것같은 리본들도 있곤 하지만, 그러니까 바람좀 세게불면 날라가버릴것같이 생긴 리본들이 꽤나 있었다. 이래도 되나? 이거 관리 잘 안하는것도 같은데... 조금은 알것같다. 왜 어떤곳은 리본간격이 멀찍히 떨어져있는건지. 사람들이 설치를 안해둔게 아니라, 있었는데 예기치못한 무언가에 의해 사라지곤 했던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름을 내려오고나면 차도가, 찻길이 약간 나오며 여기가 1/3정도 지점입니다...하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 표지판 이후로는 카페나 식당, 그늘, 쉴 수 있는 곳, 머물다 갈 수 있는 곳들이 슬슬 보이기시작한다. 어려운 코스를 지난 후 바로 쉴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코스는 디자인이 참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달리 옛소금밭에서 목화휴게소, 시흥해녀의 집을 가는 길.. 여기는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가게 되는데, 해안가가 정방향기준으로 사람의 왼쪽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목화휴게소 라는곳이 눈에 잘띄는 구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길의 오른쪽에 있다.
이 두가지가 시너지효과를 일으켜서 바다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목화휴게소를 지나치게 될 수도 있다!!ㅜㅜ
그런사람이 얼마나 있겠냐 생각할수도 있지만... 시흥 해녀의 집까지 가서 뭔가 잘못되었다는것을 깨닫고 다시 스탬프를찍으러 돌아온 기억이 난다.
그 뒤쪽부터는 길도 평이하고 경치는 경치대로 아름다우며, 식당도 많고 쉬고싶으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되어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기록은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1코스의 주인공은 단연 '성산일출봉'이라고 할 수 있겠다. 1코스의 시작부분인 말미오름, 알오름을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동서남북, 아니 서남북의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데 어디하나 거를 부분이 없이 아름답다.
서쪽에서 본 일출봉, 남쪽에서, 북쪽에서 본 일출봉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고, 멀리서 보느냐 가까이서 보느냐, 코앞에서보느냐, 끄트머리서 보느냐...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일출봉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지켜볼 수 있다, 바라볼 수 있다.. 이것이 1코스의 핵심요소인 것 같다.
섬에는 우수가 있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마음 갑갑하게 만드는이 유다. 오늘날 제주에는 달콤함과 떫음,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초록과 검정, 섬의 우수, 우리는 동쪽 끝 성산 일출봉 즉 '새벽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서 느 낄 수 있다. 바위는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한 검은 절벽이다. 한국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첫 해돋이의 마술적인 광경의 축제에 참석하러 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1948년 9월 25일(음력)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위하여 트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그들의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꼇을,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냉전의 가장 삭막한 한 대목이 펼쳐진 곳이 여기 일출봉 앞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1948년 4월3일에 제주에서 군대와 경찰이 양민학살(인구의 10분의1)을 자행한 진부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이 잔인한 전쟁의 기억은 지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신들 부모의 피를 마신 모래에서 논다. 매일 아침 휴가를 맞은 여행객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위 너머로 솟는 일출을 보러 이바위를 오른다. 숙청 때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을 잃은 시인 강중훈씨 조차 시간의 흐름에 굴복했다. 그가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 그의 시 한편이 그 9월 25일의 끔찍한 흔적을 지니고 있다. - 그걸 뛰어넘을 필요성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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