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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테리 길리엄의 1995년 작품, 12 Monkeys(12몽키즈)의 짧은 리뷰

테리 길리엄의 sf 스릴러 영화 12몽키즈. 바이러스로 99%의 인류가 죽은 2035년의 지구라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다. 


스포일러 있다.




바이러스로 인류가 거의 멸망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이를 피해 지하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중,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진로를 추적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제임스 콜(브루스 윌리스)를 과거로 보내게된다. 문제는 이 시간여행 이라는것이 그렇게 정확한 시간으로 사람을 보내는 일이 아닌지라 원체 목표했던 1996년이 아닌 1990년으로 한번, 1920년대로 한번 보내지게 된다. 이 일련의 우연한 실수들은 캐스린 레일리(매들린 스토우)가 제임스를 단순히 미친 사람이 아니라 진짜 시간여행을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한편으로는 이 일련의 시간여행 과정은 제임스가 자신이 진짜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환자이고 지금까지 있던 사건들은 모두 자신의 뇌내망상이라고 여기게 될 뻔 하게 만들기도 한다. 관객에게도 이게 진짜 제임스의 뇌내망상인건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느낌을 주는데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나사가 반쯤 풀린듯한 연기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는 지속적으로 항정신성 약물들이 다량투여된 상태였기에 더욱 주인공이 정신병자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준다. 마치 제임스 카메론의 토탈 리콜을 보고 이게 영화상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뇌내망상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는것과 유사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항에서의 총격장면이 영화 시작부 제임스의 꿈과 연결되는 부분을 보며, 과거는 결국 변하지 않았고 제임스가 과거로 돌아와 한 일은 결국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 뿐, 과거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는, 조금은 허망한 결말인듯 하였으나...




사실 2035년의 인간들이 과거로 보낸것이 제임스와 호세 뿐만이 아니며 미래인들이 결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이 장면이 보여준다. 저 장면에서 과학자가 하는 말인 i'm in insurance는 보험직에 종사한다는 말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보험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다. 즉, 주인공은 이미 정해진 과거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할 일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조금 퍼졌던 것을 보면 결국 이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저 시점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일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은 해 볼 수 있겠다. 어쩌면 저 과학자가 저 시점에 있는것도 이미 일어난 일일것이다. 


시간여행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다른 수많은 시간여행 영화와 다른 점을 꼽자면, 인물들이 과거로 가서 저지르는 일들이 미래의 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임 패러독스를 허용하지 않으려하는 영화 내용으로 미루어보건대, 과학자가 저 박사조수와 만낫다고 해도 이미 일어난 과거를 바꾸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미래에 쓸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목표일 것이다.


12몽키즈가 20년도 더 된 영화지만,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를 꽤나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낸, 지금 보기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시간내서 한번쯤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