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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글래스 스티걸법과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inside job, 2010)

1929년, 경제 대공황의 원인으로 상업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이들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의 부재를 꼽았던 카터 글래스와 헨리 스티걸 의원의 제안으로 생긴 일명 '글래스-스티걸법'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구분시켜 상업은행(일반적인 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투자은행이 하는일들(주식, 채권투자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며 이 둘의 겸업을 금지시키는 법이었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 후반, 월가의 금융분야는 굳건해지며 거대 회사들이 나타난다. 규모가 너무 커지게되어 이들이 파산하게된다면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게 되는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분야가 막강한 힘을 가지게되면서 로비스트를 동원하게 되고 차근차근 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며 민주,공화당 모두를 휘어잡는다.


문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이런 거대 금융기업들의 덩치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금융기업들이 덩치를 부풀리는데 일조한건 당시의 탈규제 정책때문이었는데, 이러한 탈규제 정책들은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뿐 아니라 골드만삭스 출신인 로버트 루빈 재무부장관, 래리 서머스 등에 의헤 진행되었다. 


그 예시로 시티그룹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사진출처 vtainc.wordpress.com

1999년 상업은행인 시티코프와 투자은행인 트레블러스의 합병으로 시티그룹이 만들어지고,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금융그룹의 등장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글래스 스티걸법이 있음에도 상업은행(CB)와 투자은행(IB)가 합병할 수 있었던 데에는 1999년 금융규제 완화를 목표로 미 의회가 통과시킨 '그램리치 블라일리법' 때문이었다. 은행과 증권, 보험업이 서로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 더 효율적인 금융시장을 만들자는 내용의 법이었는데, 덕분에 대공황 이후 70년간 IB와 CB를 구분시켜왔던 글래스 스티걸법은 유명무실해졌으며 이렇게 시티코프와 트레블러스의 합병은 인정되었다.





영화는 글래스 스티걸법의 폐지로 IB와 CB의 겸업이 가능해졌으며, 이로인해 발생한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파생상품투자가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다는 내용에서 시작한다.

여기부터는 영화 내용가운데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부분인 앞부분을 조금 요약해보려한다.





시장을 안전하게 만들려던 의도에서 만들어지는 파생상품들이 역으로 시장을 불안전하게 만든 것이다. 워렌버핏의 말을 빌리자면 파생상품과 헤지펀드는 '대량살상무기'였다.


부채담보부증권(CDO)는 폭탄돌리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규제장치는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 서브프라임이라 불리는 고위험 대출은 4배가 증가했다. 이 서브프라임들 또한 CDO에 편입되었지만, 상당수가 AAA등급을 받았다.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을 선호한 진짜 이유는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이는 거대한 약탈적 대출을 이끌었다. 수익 때문인 셈이다. 


그렇게 갚을 능력이 없는 많은 이들에게 서브프라임 대출이 이뤄졌다. 금융위기의 실질적인 시작점이다.


서브프라임 대출은 2000년대 초반 4배가까이 증가한다.


누구든 주택담보대출을 받게되고, 주택구입과 주택가격은 하늘을 찌르게 된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버블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폰지 사기의 일종이었다.


주택담보 시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연준 내에서도 있었지만, 엘런 그린스펀의 거절로 무산된다.


은행의 자본과 은행이 빌린 돈의 비율을 레버리지라고 하는데, 2004년 규제를 풀어버리는 바람에 투자은행의 레버리지는 무려 33:1까지 올라간다. 이는 은행의 자산이 3%줄어들면 파산한다는 의미다.




또다른 폭탄돌리기는 AIG다. 얘들은 신용부도스왑이라는 CDS이다. 이는 CDO에 대한 보험이다. CDO가 나빠지면 AIG가 손실분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문제는 AIG는 손실에 대한 예치금이 없었다는 점이다. CDO가 문제에빠지면 답이 없었던것이다.


대출자들은 평균적으로 집값의 99.3%까지 빌리곤했다. 이런 대출의 종류는 8000가지에 해당했으며골드만삭스와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대출의 2/3에 초우량인 AAA등급을 부여했다.


2006년까지 골드만삭스는 3조원가량의 CDO를 판매한다.


2007년 10월, 이미 1/3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었으며 나머지도 상당수 그럴것이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2006년말, 골드만삭스는 더 심각한 도박을시작한다. CDS를 AIG에서 구입한 후 다른 회사의 CDO에 투자하고 CDO가 악화되면 수익을 챙긴다. 골드만삭스는 22조원의 CDS를 AIG로부터 구입한다. AIG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걸 골드만삭스가 알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그리고는 1500억원을 AIG파산에 대비해 보험에 든다.


2007년, CDO를 재설계해서 고객이 돈을 잃으면 골드만삭스가 돈을 벌도록 만든다. CDO를 고객에게 판매할때는 '안전'등급이었지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여러 헤지펀드사는 CDO들이 망한다 쪽에 걸어서 수천억을 챙기는 식의 수법이었다.


이 상품은 메릴린치, JP모건, 리만브라더스가 설계했다. 무디스와 s&p가 이런 서브프라임에 AAA를 내준 탓이다.



.이 포스팅에서는 금융위기가 초래된 이유들에 대한 정보들만 정리를했지만, 영화는 이 내용 말고도 이러한 금융범죄들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없이 뻔뻔하게 자기들 챙길걸 챙겨서 빠져나오는 금융인들의 모습과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위해 돈을받고 논문을 써준 세계의 석학들, 부시 행정부의 관료들의 인터뷰들도 상당한 분량을 가진다.



금융위기로 인해 초래된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서민들은 집과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부랑하며 살아가는동안, 월스트리트의  금융 엘리트들은 매일 밤 클럽에서 코카인을 흡입하고, 한 시간에 1600불이나 하는 매춘을 회사돈으로 긁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모습의 대조는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감히 꼽아볼만 하다.



결말부를 보면 부시 이후의 정부가 무언가 할것이라고 믿었던 대중들의 기대가 부셔저버리고 결국 불황을 만들어낸 주범들에게 여전히 권력을 쥐어주며 월스트리트 행정부로 전락해버린 오바마 행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나가야 함을 역설하며 아래의 대사로 끝을 마친다.



"It won't be easy, but somethings are worth fighting for."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