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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리뷰

근래 스탠리 큐브릭감독의 영화에 관심이 좀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차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그렇게 sf계의 손꼽히는 명작이라기에 우선적으로 보기로했다.




이걸 예전에 봣던 친구의 말로는 엄청나게 지루하니까 각오하고 보는게 좋을거라길래 처음에는 'sf영화가 지루해봤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영화를 틀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우주와 관련된 sf영화일테니 잠시도 눈을 떼기 어렵겠구나 싶었으나.


확실히. 지루하긴 하다. 잘뻔했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다른 영화였으면 5초도 안되서 지나갈듯한 장면들을 거의 1분씩은 보여주는 느낌도 들었다. 이정도면 좀 생략하고 넘어가도 되는 장면들 아닌가..?싶은 부분들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여준다. 심지어 영화 등장인물들간 대화도 별로 없다. 2시간 30분짜리 러닝타임에 이렇게 대화가 없기도 힘들것같다. 


다만, 이건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플롯의 전개를 통해 주제를 설명하려고 하는 영화를 생각한다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정말 재미없는 영화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의 핵심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사성에 있다기보다는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영상미와 그 완성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직접 말하기로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은 애초에 소설(서사성)보다는 음악에 근접한 영화를 만들려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니, 플롯 전개보다는 영상 그 자체로 주제를 설명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그렇게까지 지루하지만은 않은 영화일듯 싶다. 여기에 미칠듯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느린 속도감이 역설적이게도 영화가 진행되어가는 배경인 광막한 우주공간을 표현하는 데에 꽤나 적합한 연출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기에, 생각해보면 이정도 수준의 완성도와 영상미를 가진 영화가 무려 1968년에 만들어졌다는 점이 무엇보다 이 영화를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싶다. 단지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그것도 1968년에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우주공간을 표현해냈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50년전 영화임에도 정말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웠다. 인터스텔라같은 비교적 최근의 우주 관련 영화와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영상미와 장면의 구성, 완벽에 가까운 고증을 보여준다. 심지어 요즘 나오는 영화에서도 허구헌날 틀려먹는 내용들까지도 거의 완벽하게 고증해낸다. NASA 보고서를 뒤져가면서까지 과학기술을 충실하게 표현한 노력의 결과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영화 내용의 해석은 자유롭다. 큐브릭 감독도 영화의 해석은 자유롭게 상상해보라고 했으니, 나는 a라고 해석했고 어떤사람은 b라고 해석했다고 해도 웬만하면 다 맞는 해석인 셈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아직 안 본 상태에서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찾는 중이라면, 서사성이 중심이 아니라 영상미를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영화를 이미 봤는데 도저히 무슨소린지 답답해서 다른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하나 보러 온 사람이라면 영샹미 자체를 생각하며 몇몇 장면이라도 한번 다시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