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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서부영화 하이 눈과 주제곡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예전에 롤하던시절에 하이 눈 트페, 하이 눈 야스오같은 스킨들을 보고 대체 하이눈이 뭐길래 이렇게 스킨까지 나오나 싶었지만 당시에는 딱히 알아보기도 귀찮고해서 그냥 서부극 컨셉을 하이눈이라고 부르나보다 하고는 대강 넘겨짚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블리자드에서나온 오버워치를 간간히 하는중인데, 여기등장하는 맥크리(McCree)라는 캐릭터의 궁도 바로 이 '하이 눈'의 패러디라고 하길래 아무래도 블리자드와 라이엇의 고향인 미국에서 좀 유명한 meme인듯해서 호기심이 발동한것이 하이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된 계기였다.





 하이 눈(high noon)은 서부영화의 고전이자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이다.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1952년작이다. 개리 쿠퍼(gary coooper)와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가 주연이다. 


초반부~중반부의 영화 내용이 참 서글프다.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주인공인 케인 보안관에게 원한을 가진 살인마가 1시간 반 후에 마을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살인마에게는 세명의 동료가 있고, 이들을 그냥 냅뒀다간 마을이 개판날게 뻔하기에 차마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보안관 케인.


케인에겐 마을을 떠나면 안되는 이유가 있지만, 어떤 이유가 되건 싸움을 용납하지 못하는 케인의 아내는 케인을 떠나려한다.


밀러(살인마)가 도착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이들을 막기위해 자원자들을 모집하러 술집, 옛 동료의 집, 교회 등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수년간 목숨걸고 지켜낸 마을사람들로부터 단 한명의 지원자조차 구하지 못한다.


1 vs 4의 답이 없는 상황. 자기가 죽으면 열어보라고 유서까지 써두는 모습은 싸움을 앞둔 비장한 영웅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초라하게 몰락한 영웅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까지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시간인데, 영화속 시간으로는 10시 35분부터 12시까지, 그러니까 85분이 흘렀는데, 이 영화의 총 러닝타임도 85분이다. 


물론 그 이후의 결투장면이나 맨 앞부분의 결혼식장면 등의 시간을 포함하면 실제 영화속 총 시간은 100분가량이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의 의미는 장면 사이의 간격없이 실제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몰입도를 높여주고 영화속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장치라는 점이다.



서부극하면 떠오르는건 아무래도 액션씬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실질적인 '총빼들고 하는 액션'은 후반의 10분가량이 전부다. 이 뿐 아니라 서부극의 고전 명작이면서도 의외로 서부극의 클리셰를 깨는 내용들이 이 결투씬에서도 등장하는데,



우선 주인공이 생각보다 멋없이 싸운다는 점이다. 보통의 서부극이라면 '뒤돌아 세걸음 걷고 돌아서서 총을 쏘는'식의 결투를 생각하기 마련이고, 나도 당연히 그런 결투를 하겠거니 싶었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5년동안 감옥에서 복수의 칼을 갈아온 살인마) 정당한 결투는 영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맥크리의 궁극기처럼 한번에 패거리들을 쓰러트리는 장면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이 장면을 볼때까지만해도 당연히 맥크리 궁극기가 나올거라고 생각했으나...



케인의 선택은 매복했다가 깜짝 튀어나와서 한놈씩 처리하는쪽이었다. 정의의 주인공인 '영웅'이 하는 공격 치고는 꽤 비겁하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장면이라는게 서부극 클리셰를 깨는 요소중 하나. 어떻게보면 다른 서부극들과 비교해도 꽤 현실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나머지 3명중 2명은 떠나가려다가 마음을 돌린 아내의 도움으로 간신히 잡아낸다는게 또다른 클리셰 브레이커라고 볼 수 있다. 지켜내야 할 대상일 신부의 도움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목숨을 건져내는 모습은 아무래도 멋진 보안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클리셰 브레이킹적인 요소들이 이 영화를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주제곡인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이 흘러나온다. 딱 영화 내용을 압축해놓은 가사인데, 그래서인지 영화 시작부에서 흘러나오는것과 끝날때 흘러나오는 느낌이 참 색다르다.



영화를 본 이후 가사를 곱씹어보면서 다시 들어보는걸 추천한다. 느린템포의 발라드를 들으며 영화의 긴박한 장면들이 떠오르는건 역설적이지만 꽤나 재밌는 일이다.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

On this our wedding day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

Wait, wait along


나를 떠나지마오, 내사랑

오늘은 우리의 결혼식날

나를 떠나지마오, 내사랑

기다려요, 기다려주오..


The noonday train will bring Frank Miller 

If I'm a man I must be brave 

And I must face that deadly killer 

Or lie a coward, a craven coward

Or lie a coward in my grave. 


정오 열차에 프랭크 밀러가 온다네

난 남자답게 용감하게

잔혹한 살인자와 맞서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용기없는 비겁자로,

내 무덤에서 손가락질 받을거네



Oh, to be torn 'twixt love and duty 

S'posin' I lose my fair-haired beauty 

Look at that big hand move along 

Nearin' high noon 


오, 사랑과 임무 사이에서

내 어찌 금발의 아름다운 당신을 잃을까

다가오는 정오에 엄청난 결투를 지켜봐주오.



He made a vow while in state's prison

That it would be my life or his'n

I'm not afraid of death, but oh 

What will I do if you leave me 


그놈은 주립감옥에 있는동안 내 목숨을 뺏길 맹세했다오

난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당신이 떠나면 어찌할까요?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You made that promise when we wed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Although your grievin', I can't be leavin'

Until I shoot Frank Miller dead


나를 떠나지마오, 내사랑

당신은 결혼식에서 약속했어요

나를 떠나지마오, 내사랑

당신이 아무리 슬퍼도, 나는 떠날 수 없어요

프랭크 밀러를 쓰러트리기 전 까진..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기다려, 기다려주오